ㅣ원사순절 1

--낙타--

인도로 가는 마지막 열차 표가 끊겼다

시간은 자줏빛 노을 속에 잠겨있고

죄는 구름 위에서 부활을 꿈꾼다.

홀로 먼 사막을 횡단할 수밖에

잊혀진 것들을 벗삼아

낙타 한 마리를 데리고 떠나리라.

뚜벅, 뚜벅---.

낙타는 순한 양처럼 나를 따라온다.

낙타는 말이 없다.

낙타는 그저 반쯤 감은 눈을 들어 지평선에 나를 세우고

목이 긴 수도자처럼 나를 따라온다.

건너야 할 강, 광야에서

지난밤은 낙타의 등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며칠째 아무 것도 먹지 못했으니

낙타도 배가 고프리라.

그러나 낙타는 한마디 말이 없다.

그것이 나를 더욱 괴롭혔다.

차라리 불평이라도 쏟아놓거나,

이제 떠나야겠다고 선언이라도 한다면

그러나 낙타는 충직한 동물이었다.

내가 걷는 만큼 나를 따라와 주었고,

내가 지쳐 주저앉으면 그도

내 곁에 다소곳이 앉아주었다.

길이 없어 모든 곳이 길인 곳에서

낙타는 따뜻한 이슬을 머금은

그의 큰 눈을 끔벅거리며

무거운 하늘을 지고

묵묵히 나를 따라와 주었다.

사순절 내내

낙타는 인내의 동물이었다.

사순절 2

-낙타-

모래를 먹고 물을 품은 쌍봉 낙타는

곡비처럼 슬픈 두 개의 유방을 지녔다

누군가를 위해 대신 울어주어야 할

세상을 향한 물주머니

그래서 낙타는 관절을 모래에 묻을 수 없었는지 모른다

사막을 걸으며

그 검고 선량한 눈에

피어오르는 오아시스와 무너져 내리는 푸른 성

밤마다 낙타의 꿈은 젖은 별이 되었지만,

나의 전부를 지고 떠나간 낙타는,

성자처럼 말이 없다

모래 표면에 붙은 낙타의 눈물을 보라

사막이 빛나는 것은

해 때문만이 아니다

*곡비(哭婢): 지난 날, 장례 때 행렬 앞에서 곡을 하며 가던 여자 종



*재의 수요일*

사순절은 언제나 수요일에 시작합니다